이랑을 또 고쳤다. 경사면을 고려하지 못한것이 과오였다. 경사진 지형에 두둑마저 높으니 땅에 수분이 남아나질 않았다. 눈물을 머금고 두둑을 허물었다. 풀도 함께 뽑혀나갔다. 풀이 없는 땅은 금새 매말랐다. 바람이 불면 표토는 먼지가 되어 날아갔다. 전지구적으로 이렇게 날아가는 표토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표토가 소모되면 문명이 저문다고도 한다. 현생 인류의 문명은 표토의 양으로 따지면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맨땅이 드러난 밭에 물을 주면 스펀지처럼 땅 아래로 빨려들어간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땅 표면에 들이붓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이람. 기막힌 모순이다. 밭에 물을 주는게 당연해져버렸다. 자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한눈에 보기에도 척박한 땅. 화학비료와 토양살충제로 인해 지칠대로 지친 땅. 가만히 내버려둬야 가장 빨리 회복되겠지만 그래도 우리 식구 먹을 것을 길러내야 하니 뭘 심어도 심게된다. 땅에게 미안하다. 그나마 자연농을 하면 땅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농사를 지으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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